
글 : Peyton Kim , AI(Gemma4)
그림 : Copilot, Gemini
본 소설은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창작된 허구입니다. 등장하는 인물, 지명 단체 및 사건은 실제와 다를 수 있으며,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재구성되었습니다.
1903년 ~1905년 대한제국 시절 가장 먼저 일제 강점기를 맞이한 울릉도와 독도! 윤서의 기억을 따라 비참했던 역사의 기록을 되짚어 볼 시간입니다. 멸종되어 버린 강치!! 지금은 다시 볼 수 없는 그 고귀한 생명체의 숨결을 지금 만나 보시죠.
105. 부서진 낙원의 노래
울도의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 갈 무렵, 태하 장터의 열기는 초여름의 공기만큼이나 뜨거웠다. 관아 주변으로 길게 늘어선 장터에는 점포가 많지는 않았으나, 육지 상인들이 짊어온 가득한 짐꾸러미와 마을 주민들이 내놓은 소박한 물건들이 뒤섞여 생동감 넘치는 소란을 만들어냈다. 누군가는 바다의 보물을, 누군가는 밭에서 갓 캐낸 옥수수나 감자를 내놓으며 저마다의 삶을 흥정으로 이어가고 있었다.
장터는 해가 기울 무렵 가장 화려하게 피어났다. 갓 잡아 올린 해산물의 비린내와 채취한 농산물의 구수한 흙내음이 뒤섞이며 장터 특유의 농밀한 공기를 만들어냈다. 먼지 섞인 노을빛이 상인들의 땀방울 위로 부서졌다.
“자, 골라보시오! 육지에서 갓 들여온 질 좋은 짚신이오! 한번 신어보고 가시오.”
육지 상인이 멍석 위에 늘어놓은 짚신을 두드리며 호객 행위를 이어갔다. 그 옆으로는 갓 삶아낸 옥수수의 달큼한 내음과 고구마의 구수한 향기가 시장기 어린 사람들의 코끝을 간질이며 발길을 붙잡았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솥 위로 장터의 소음이 층층이 쌓였다.
“갓 삶은 따끈따끈한 옥수수 드시고 가세요. 고구마, 감자도 있습니다.”
해란은 딸 윤서의 손을 꼭 잡고 해녀들과 함께 물결처럼 흐르는 인파 속을 거닐었다. 미란 댁에 신세를 지고 있어 저녁거리로 쓸 곡식이라도 사 갈 심산이었다. 그들 품에는 바로 전에 태하항 앞바다에서 채취한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해란은 품 안에 해산물을 매만졌다. 육지와 멀리 떨어진 이 섬에서는 돈보다 물물거래가 주를 이루었다. 화폐가 부족해 유통이 원활하지 못했지만 돈보다 진한 정의 통로가 되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야.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울도 호박엿,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한번 잡숴봐.”
때마침 호박엿 장사꾼이 그들 곁을 스치듯 지나갔다. 윤서의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이거 보시오, 꼬마 아가씨, 이게 어디 보통 엿인 줄 알아? 이 호박엿으로 말할 것 같은 울도의 전설이 담긴 아주 특별한 호박엿이라오.”
나이 지긋한 호박엿 장수의 구수한 입담에 지나가던 행인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발을 멈추었다. 장사꾼은 노란빛에 정성스럽게 깎아낸 엿을 집어 들어 보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노을빛을 타고 장터의 공기 속으로 길게 늘어졌다.
“옛날 옛적, 우리 마을 사달령 고갯마루에 한 처자가 살았었지. 마음씨 곱고 얼굴도 예쁜 과년한 처녀였는데, 이른 봄에 육지서 가져온 호박씨 하나를 울타리 밑에 심어두었다오. 처녀의 마음처럼 그 호박 넝쿨은 나날이 자라나더니, 어느새 탐스러운 열매를 맺기 시작했지.”
장사꾼은 잠시 숨을 고르며 사람들의 눈을 맞추었다. 노년의 주름진 눈가에 인자한 빛이 스쳤다.
“아! 그래서?”
궁금함을 참지 못한 이의 재촉에 그는 한숨 섞인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참으로 기묘한 일이 있었어. 처녀가 혼처가 생겨 멀리 떨어진 마을로 시집을 가게 된 거야. 처녀는 떠났지만, 그 집 울타리 밑에 여전히 호박 넝쿨이 무성히 자라나, 따도 따도 큼~~직한 호박이 매일같이 열리더란 말이지. 마치 누군가 정성을 다해 돌보는 것처럼 말이오.”
해녀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숨을 죽였다. 장사꾼의 목소리는 이제 한 편의 신화처럼 낮고 은밀해졌다. 노을은 더욱 짙게 가라앉았고, 장터의 소음은 아스라한 배경음으로 물러났다.
“겨울바람이 불고 눈이 내려서 모두가 집안에 틀어박혀서 일 없는 날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소. 그 집 주인이 하도 심심하고 배가 고파, 그 탐스러운 호박을 가져다가 죽을 쑤었지 뭐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솥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가 어찌나 달콤한지, 한입 떠서 먹어보니 그 맛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달고 향기로운 게 아니겠소?”
“그래서요?”
흥미진진하게 경청하던 해녀들의 재촉이 이어졌다. 장사꾼은 완성된 이야기를 매듭지으려는 듯, 한 호흡 쉬더니 윤서의 손에 호박엿 하나를 쥐여 주며 말했다.
“그게 호박 맛인 줄 알았더니, 신기하게도 꼭 엿처럼 달콤한 것이, 마치 꿀물 같은 맛이 나더란 말이지! 그 후로는 마을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가을마다 수확한 호박으로 죽을 쑤어 먹었는데, 다들 그 맛에 반해 그걸 호박엿이라 부르기 시작했다오. 그냥 달기만 한 게 아니라, 울도의 정기가 모인 아주 몸에 좋은 영약이라오. 한번, 드셔 들 보시라오.”
“와~ 엄마, 너무 맛있어요!”
해란과 해녀들은 마치 전설 속 주인공이 된 듯 장사꾼의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다. 윤서는 장사꾼이 건넨 호박엿을 맛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소를 머금었다. 해란은 장사꾼에게 전복 서너 개를 건네며 호박엿과 교환한 뒤 윤서의 입에 한 개를 넣어주고는 남은 호박엿을 손에 쥐여 주었다. 달콤한 향이 아이의 입가에 머물렀다.
“맛있어?”
“네, 엄마 진짜 너무! 너무! 너무! 맛있어요.”
“그래, 맛있게 먹으려무나.”
윤서는 엄마가 사준 호박엿을 다 먹지 않고 소중히 잘 싸서 품속에 넣어두었다. 아이의 작은 품 안에서 엿은 보석처럼 소중하게 자리를 잡았다.
“왜 안 먹어?”
“춘식이 아저씨랑 미란 이모랑 같이 먹으려고요.”
해란은 기특하다는 듯 윤서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거친 바닷바람에 뻣뻣해진 머릿결이 손끝에 닿았다.
“자, 어서들 오시오! 저기 지나가는 멋진 아낙네, 누님들, 형님들 모두 모이시오!”
그때 저 멀리서 사내들의 호탕한 외침이 들려왔다. 사공 만덕과 필성이었다. 그들은 제주에서 가져온 면포와 쌀, 소금 등을 펼쳐놓고 마치 타령이라도 하듯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울도에서 귀한 물건들을 본 사람들은 홀린 듯 발걸음을 멈추었다.
“자, 자. 이것들 좀 보시오. 햇빛에 반짝이는 이 하얗고 고운 소금, 울산에서만 생산된다는 명품 마채소금이오. 청나라에서 들여온 싸구려 소금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니까. 쓴맛도 전혀 없고 씹으면 살짝 단맛이 도는 것이 아주 일품이라오. 말만 잘하면 덤으로 준다니까. 와서들 보시구려! 아주 귀한 소금이라오.”
만덕은 물건을 건네주며 인사를 잊지 않았다. 아직 장사에는 서툰 필성과는 달리, 그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능글맞은 수완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젖혔다. 땀에 젖은 이마를 훔치며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자 임금님께도 진상한다는 경기도 이천에서 생산된 ‘자채쌀’,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합니다. 오세요. 전하께도 올리는 쌀 보러 오세요.”
“거기, 잘생긴 청년 두 되만 주시오.”
“아이고 선녀님 감사합니다. 너무 아름다우셔서 조금 더 넣었습니다.”
“고맙구려. 마침 곧 제사라 하얀 쌀밥 지어 올리려던 참이었는데 덤으로 더 주시는구려. 복 받으시우.”
필성 또한 어느새 장사에 녹아 들었다. 제대로 된 논이 없는 울도에서 하얀 쌀은 오직 특별한 날에만 허락될 만큼 귀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간절함이었고, 그 귀함을 알기에 사람들은 쌀 한 톨 아끼는 데에도 정성을 다했다.
“자 다음 손님, 어떤 것을 드릴까?”
“면포 1필만 주쇼.”
“이것은 경남 진주에서 온 진목, 또 이것은 전남 나주에서 백목이오. 면포 중에 제일 으뜸인 진목이지, 헌데 이 백목 또한 지지 않는다오. 둘 중에 진목이 조금 더 비쌉니다.”
“백목 하나 주시오.”
“여기 있수다. 전남 나주산 면포로, 면포 주에 아주 최상품이오.”
순식간에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만덕과 필성은 쉴 새 없이 손발을 놀려야 했다. 왁자지껄한 흥정의 소리가 태하 장터의 공기를 팽팽하게 채웠다.
“순임 언니, 저것 좀 보세요. 만덕씨 말솜씨가 보통이 아니네요. 배만 잘 모는 줄 알았더니 순식간에 사람들을 홀려놓네요.”
“내 말이 그 말이라. 제주에서 여기까지 우리를 태우고 올 때부터 배짱 하난 두둑하다 했더니만, 장사하는 꼴을 보니 영락없는 장사꾼이구먼.”
해녀들은 만덕의 귀신같은 수완에 혀를 내둘렀다. 그들의 웃음소리와 왁자지껄한 대화는 태하 장터의 공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와장창—!
그때였다. 둔탁하게 깨지는 파열음과 함께 장터 한구석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조금 전까지 웃음꽃이 피던 장터는 순식간에 서늘한 냉기로 뒤덮였다. 공기 중에 떠다니던 먼지들이 일순간 멈춘 듯 정지했다. 그 중심에는 짙은 감색 기모노를 입고 게다를 신은 일본인 다섯 명이 서 있었고, 그들 뒤로는 총과 칼을 찬 순사 두 명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정갈한 옷차림과는 대조적으로, 그들의 행패는 장터의 공기를 짓눌렀다.
“에잇, 더러워. 어디서 구린내가 진동하는 거야?”
앞서던 일본인이 코를 막으며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그의 시선이 바닥에 놓인 어물전 아낙의 생선 바구니에 닿았다. 사내는 신고 있던 높은 나무 게다로 바구니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은빛 갈치와 싱싱한 간고등어가 차가운 흙바닥 위로 무력하게 내팽개쳐졌다. 비릿한 냄새가 공포와 섞여 코끝을 찔렀다.
“아이고, 이놈들아 대체 왜 그러는 거냐?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이 행패야. 아이고 이 나쁜 놈들……. 아이고…. 아이고”
어물전 아낙이 울부짖으며 흩어진 생선을 주워 담으려 하자, 또 다른 일본인 사내는 게다로 생선을 짓이기며 마치 벌레를 보듯 아낙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인간에 대한 경멸과 오만한 우월감이 서려 있었다.
“치워라. 조센징. 네놈들은 몸뚱어리에서도 악취가 진동하는구나.” “역시 미개한 종자들이야.”
뒤따르던 일본인들이 킬킬거리며 비웃음을 흘렸다. 억척스럽게 하루를 버틴 아낙의 통곡은 그들에게 그저 하찮은 구경거리일 뿐이었다. 사내들은 재미있다는 듯 목도를 휘둘러 주변의 농산물 가판대까지 후려치며 헤집어 놓았다. 이 땅의 주인이라도 된 양 군림하는 그들의 눈빛에는 오만함이 서슬 퍼렇게 서 있었다.
또각, 또각—!
나무 게다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차가운 정적을 깨뜨렸다. 누군가의 심장을 헤집어놓을 것 같은 규칙적이고도 불길한 박동이었다. 흙먼지가 발끝에서 튀어 올랐다.
“어이! 조센징. 감히 누구 앞을 막고 지랄이야! 당장 피하지 못해?”
한 일본인 사내가 길 가던 노인의 어깨를 거칠게 밀쳤다. 노인은 비명 지르지 못한 채 흙바닥 위로 고꾸라졌고, 깨진 머리에서 배어 나온 선혈이 먼지 낀 바닥을 적셨다. 일본인들은 그 광경을 보며 킬킬거렸다. 그중 한 명이 인상을 쓰며 자신의 목도를 내려다보았다.
“아이 씨! 더러워!”
그는 쓰러진 노인을 향해 주저앉아 목도로 툭툭 건드렸다.
“어이! 적당히 가지고 놀아!”
앞서가던 일본인 사내가 비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
“자, 자…. 나리들, 제발 진정하십시오. 이건 우리 마을 사람들이 정성껏 일궈온 귀한 물건들입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만덕이 허리를 굽히며 그들을 만류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손끝에는 숨길 수 없는 긴장감이 서렸다. 그들의 탐욕스러운 눈길이 만덕의 매대 위, 순백의 소금 한 됫박에 닿았다.
가장 앞서던 일본인 사내가 성큼성큼 다가와 하오리의 소매를 걷어붙이더니 손가락으로 소금을 툭 찍어 맛을 보았다. 그러고는 인상을 팍 쓰며 바닥에 침을 퉤 뱉었다.
“흥, 이딴 쓴 소금이 귀하다고 파는 것이냐? 조센징은 매일 이런 쓰레기 같은 것만 먹고 사나 보는군?”
그의 말에는 비릿한 조롱이 섞여 있었다.
“킬킬킬—” “내가 더 좋은 황금 소금으로 바꿔주마.”
사내는 기괴하게 웃으며 하카마 앞자락을 걷어 올렸다. 그러고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소금 더미 위로 누런 오줌발을 갈겨댔다. 지독한 지린내와 함께, 순백의 소금이 순식간에 불쾌한 누런 색으로 물들며 허망하게 녹아내렸다. 마을 사람들의 얼굴이 수치심과 분노로 일그러졌다.
만덕은 주먹을 꽉 쥐었다. 뜨거운 분노가 혈관을 타고 흘러 손끝이 파르르 떨려왔다. 장터에는 차갑게 식어버린 침묵과 울분이 감돌았다.
그때였다.
“그만두시오.”
필성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마치 심장을 울리는 파도처럼 장터 전체를 무겁게 울렸다.
옆에서 짐을 정리하던 필성의 눈빛이 돌연 변했다. 그의 눈동자에서는 조금 전까지의 싹싹한 장사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서늘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필성의 양발이 슬며시 벌어지며 무릎이 부드럽게 굽이쳤다. 유연하면서도 묵직한 '품밟기'의 시작이었다. 그의 몸은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고요한 긴장감 속에 놓였다.
“뭐라? 감히 조센징 따위가…!”
기모노 소매를 거칠게 걷어붙인 일본인이 눈을 부릅뜨고 필성의 가슴을 밀치려 억센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필성의 몸이 물결치듯 옆으로 스르륵 비켜섰다. 정면으로 들어오는 힘을 부드럽게 흘리는 능청스럽고도 유연한 몸짓이었다. 당황한 사내의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 찰나, 필성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오른발을 낮게 뻗어 상대의 발목 안쪽을 툭 낚아챘다. 택견의 정교한 밑재기 기술인 '안짱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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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Peyton Kim, AI(Gemma4)그림 : Copilot, Gemini[도서 상세 소개]"거친 파도와 시대의 비극 속에서 피어난, 강치와 아이들의 눈부신 운명"본 소설은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창작된 허구입니다. 등장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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