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Peyton Kim , AI(Gemma4)
그림 : Copilot, Gemini
본 소설은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창작된 허구입니다. 등장하는 인물, 지명 단체 및 사건은 실제와 다를 수 있으며,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재구성되었습니다.
1903년 ~1905년 대한제국 시절 가장 먼저 일제 강점기를 맞이한 울릉도와 독도! 윤서의 기억을 따라 비참했던 역사의 기록을 되짚어 볼 시간입니다. 멸종되어 버린 강치!! 지금은 다시 볼 수 없는 그 고귀한 생명체의 숨결을 지금 만나 보시죠.
102. 서슬퍼런 경계
태하항의 좁은 물길 사이로 범선이 미끄러지듯 파고들었다. 수면을 가르는 파동이 고요한 항구의 정적을 깨뜨렸다. 조금 떨어진 곳, 경계를 서고 있던 관군 진수와 철민,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그림자처럼 일제히 모여들었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낯선 배를 향한 경계심이 서늘하게 일렁였다.
“멈추시오!”
정박한 배에서 제주 해녀들과 사공들이 내리자, 관군들이 길을 가로막으며 외쳤다. 검은 전립을 눌러쓴 그들의 얼굴은 표정이 없었다. 붉은 호의 위로 창 옷을 겹쳐 입은 위압적인 실루엣이 쏟아지는 햇살 아래 선명하게 드러났다. 오른손으로 창을 단단히 쥔 채 서 있는 그들 곁으로, 바닷바람에 옷자락이 나부낄 때마다 서슬 퍼런 환도가 차가운 빛을 뿜어냈다.
“어디서 오셨소?”
창을 든 진수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의 시선은 마치 짐 속에서 금지된 무언가를 솎아내려는 듯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제주에서 왔소이다.”
해녀 대표 순임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했으나, 그 뒤로 명옥, 옥분, 말숙, 영희가 팽팽한 긴장감을 짊어진 채 줄을 맞춰 섰다. 사공 만덕과 필성은 배에 실은 짐들을 내리며 분주히 손을 움직였지만, 그들의 시선 역시 관군들의 움직임에 예민하게 쏠려 있었다. 짐을 옮기는 손길이 평소보다 조심스러웠고, 땀방울이 턱 끝에 맺혔다.
“제주? 그 먼 데서 어찌 오셨소?”
관군들은 수상한 구석이 있는지 사방을 훑으며 꼬치꼬치 캐물었다. 거친 바닷바람이 섞인 질문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울릉도 바다에 해삼이며, 전복, 멍게같이 귀한 해산물이 아주 많다는 소문을 듣고 물고기를 잡으러 왔습니다.”
순임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이 서려 있었으나, 정면을 응시하는 눈동자만큼은 흔들림이 없었다. 진수의 곁에는 이미 검문을 마친 윤서와 해란이 서로의 손을 꼭 맞잡은 채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두 사람의 마른 손등 위로 핏줄이 돋아 있었다.
“그건 뭐 하는 물건이요?”
진수가 명옥이 들고 있는 어구를 가리켰다. 그의 손끝이 가리킨 곳을 따라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다. 공기가 일순간 얼어붙었다.
“아. 이건 테왁이라고 물질할 때 이렇게 가슴 사이에 끼워서 수영할 때 쓰고, 요건 망사리라고 잠수해서 잡은 해산물을 담을 때 쓴다오. 그리고 이 보따리는 갈아입을 옷가지 들입니다.”
명옥이 가슴에 어구를 대며 대답했다. 목소리는 가늘고 메말라 있었으나, 그녀는 끝까지 차분함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감추려는 듯, 보따리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잠시 침묵이 항구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파도 소리조차 멀게 느껴지는 정적 속에서, 관군들의 감시 아래, 마을 주민들이 짐을 하나하나 수색하기 시작했다. 거친 손마디가 짐짝을 헤집었고, 짚단은 바닥에 흩어졌다.
“수상한 물건은 없습니다.”
짐을 수색하던 마을 주민 상호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그는 땀을 닦아내며 짧게 덧붙였다.
“짐은 이상 없으니, 이제 관리에게로 안내하겠소. 울도에 들어오면 관리에게 신고부터 하고 울도의 법을 따라야 하오.”
해녀들은 서로를 한 번 훑어보고는,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펴며 길게 숨을 내뱉었다. 가슴을 짓누르던 압박감이 한풀 꺾였다. 그들의 호흡이 비로소 길게 터져 나왔다.
“관아로 안내하게.”
진수는 철민에게 해녀의 안내를 맡기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사공들의 짐을 옮기는 일에 가담했다. 거대한 짐 더미를 옮기는 육중한 소음이 다시 항구에 울려 퍼졌다.
“한데 경비가 왜 이리 삼엄한 것이요?”
옥분이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녀의 시선은 관군들의 날 선 창끝과 바다 너머를 향했다.
“요즘 몰래 들어와서 불법으로 조업과 벌목을 일삼는 일본인들 때문에 검문이 엄격하니 이해하시오.”
철민이 관아로 향하는 길을 안내하며 나직하게 답했다. 그의 말은 낮았으나, 그 안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깃들어 있었다.
“그런데 왜 자꾸 울도라 하시요? 원래 울릉도가 아니요?”
영희가 짐짓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약간 갸우뚱하며 주변의 풍경을 훑었다.
“나라님이 3년 전 칙령 제41호를 내리시어, 울릉도를 ‘울도’라 칭하시고 인근 작은 섬은 ‘죽도’, 저 동쪽 앞바다 너머 바위섬을 ‘독도’라 천명하셨소. 그래서 우리도 그 명을 받들어 울도를 지키는 임무를 수행 중이라오.”
철민은 담담하게 설명했으나, 그 목소리 끝에는 이 땅을 지켜내야 한다는 공직자의 묵직한 자부심이 배어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지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변동하는 시대 속에서 자리를 지키려는 처절한 의지에 가까웠다.
“음, 그렇군요….”
영희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시간 이어진 거친 파도와 팽팽한 긴장감 탓에 막내인 그녀의 목소리는 모래바람에 씻긴 듯 건조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의 어깨 위로 내려앉은 고단함을 읽어낸 철민이 물었다.
“어디 묵을 곳은 있소?”
“아니요. 안 그래도 도착해서 묵을 곳을 먼저 찾으려던 참이었습니다. 어디 묵을 만한 곳이 있나요?”
순임이 짧게 대답하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되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긴 여정에 지친 이들의 갈증과 간절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암, 있지요. 울도가 섬은 그리 크지 않아도 인심은 야박하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철민의 대답에 해녀들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그들은 울도의 포구를 따라 관아로 향했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며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붉은 노을이 바다를 물들였다가 이내 자취를 감췄다. 시원한 봄바람이 길게 늘어진 그들의 발걸음 위를 쓸쓸하게 스쳐 지나갔다.
* * *
어둠이 짙게 깔린 바다는 더욱 고요해졌다. 간간이 들리는 파도 소리만이 적막을 갈랐다. 철민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관아는 ‘관아’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초라했다. 소박하다 못해 허름한 집무실과 누추한 창고, 관리들의 거처가 전부인 이곳은 중앙정부의 고갈된 재정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관아 곳곳에는 횃불만이 낮게 타오르며 불안한 빛을 내뿜었다. 연기가 허공에 흩어지며 묘한 압박감을 자아냈다.
작은 집무실 안에서 심 군수는 무거운 표정으로 밀린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두툼한 나무 책상 위에는 펼쳐진 문서와 먹, 붓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고, 촛불만이 방안의 어둠을 위태롭게 밀어내고 있었다. 사모를 쓰고 흑단령을 갖춰 입은 그의 차림새는 당시의 실용주의적 개혁 기류를 반영하듯 검소하면서도 단아한 권위를 풍겼다.
“나리, 제주에서 사람들이 왔습니다. 물고기를 잡으러 왔다 합니다.”
정적을 깨고 이방 강우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군수의 업무를 보좌하며 이곳의 엄격한 질서를 유지하는 자였다. 횃불 빛이 그의 그림자를 벽면에 길게 늘어뜨렸다.
“그래? 들라 하게.”
심 군수는 책을 넘기던 손을 멈추고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미간에는 고단한 행정의 무게가 깊게 파여 있었다.
“이쪽으로 앉으시오.”
이방의 안내에 따라 제주 해녀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질서 있게 자리를 잡았다. 강우는 해녀들을 안내하고 밖으로 물러났다. 낡은 방 안에는 촛불의 일렁임과 해녀들의 긴장된 숨소리만이 교차했다.
“그래, 멀리 제주에서 물고기를 잡으러 오셨다고?”
“네. 군수 나리, 저희는 제주에서 온 해녀들입니다. 울도에 물고기가 풍부하다 하여 생계를 이어가고자 왔습니다.”
순임의 낮은 목소리에는 생계에 대한 절박함이 짙게 서려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고기를 잡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이의 절실한 생존 선언이었다.
“오호라, 자네들이 소문으로만 듣던 해녀들이군! 어서 오시게나. 울도는 바다가 풍요로우니, 부지런히 움직여 정성을 다한다면 큰 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오.”
심 군수는 눈앞의 그들이 낯설면서도 신기한 듯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반갑게 맞이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척박한 섬을 일구어내려는 자의 희망이 서려 있었다.
“군수 나리의 은혜에 감사드리옵니다.”
해녀들은 예를 갖춰 대답했다. 굽은 허리를 펴며 그들은 서로의 온기를 나누듯 마주 보았다.
“하나, 나랏법에 따라 울도에서 직접 농사지은 작물에는 세금이 없으나, 바다에서 채취한 전복과 미역 등 해산물은 1할의 세금을 내야 하오. 또한, 섬을 출입하는 화물에도 정해진 화물세가 있소. 그렇게 하시겠소?”
“예, 나리. 저희가 잡은 전복과 해삼 등을 말려서 세금으로 바치겠사옵니다.”
해녀들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제주에서도 늘 그러했듯, 이곳 또한 예외가 아닐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들의 대답은 체념과 수용이 뒤섞인 묵직한 울림이었다.
“좋소. 그대들의 어업 행위를 허가하겠소. 다만….”
심 군수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침묵했다. 무거운 공기가 집무실 안을 짓눌렀다. 그는 마치 어려운 숙제를 마주한 듯 신중하게 입술을 떼며 말을 이어갔다. 촛불이 한 번 크게 일렁였다.
“지금 외부 정세가 심상치 않소. 특히 일본인들의 패악질이 극에 달하고 있으니, 만약 그들과 마주치게 된다면 특히 주의하시오. 직접적인 마찰은 피해야 하오.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눈빛에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듯한 불길한 예감이 서려 있었다. 붓을 쥔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경직되었다.
“예, 나리. 명심하겠사옵니다.”
심 군수의 당부를 들은 해녀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제야 긴장으로 팽팽하게 당겨졌던 몸이 비로소 느슨해졌다. 그들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휴식이었다.
심 군수는 이내 너그러운 표정으로 이방을 불러 명했다.
“여봐라.”
“예, 나리.”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방이 즉시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날이 저물었으니, 우선 관아 숙소에서 쉬게 하여라. 날이 밝거든 그들이 머물 곳을 마련해 주도록 하라.”
“예, 나리. 명을 따르겠습니다. 따라오시오.”
이방의 안내를 따라 숙소로 향하는 길 위로 어느새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았다. 해녀들은 숙소로 향하는 내내 말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안도감 뒤에 밀려온 피로는 몸을 천근만근 무겁게 짓눌렀다. 신발 끝마다 마른 흙먼지가 낮은 구름처럼 피어 올랐다. 그들은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걸었다.
관아는 중앙에서 파견된 관리들과 현지 고용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중앙정부의 재정이 부족하여 어업세나 화물세로 운영되는 열악한 환경이었으나, 적은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눈빛에는 이 섬을 지켜내야 한다는 묵직한 사명감이 서려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어둠 속에서도 예리하게 빛났다.
별이 가득한 하늘 아래, 고요한 파도 소리와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울도의 밤을 깊게 감싸 안았다. 차가운 밤공기가 섬의 외곽을 타고 흐르며 긴장의 여운을 씻어내고 있었다.
◇ 도서 소개 및 만나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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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Peyton Kim, AI(Gemma4)그림 : Copilot, Gemini[도서 상세 소개]"거친 파도와 시대의 비극 속에서 피어난, 강치와 아이들의 눈부신 운명"본 소설은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창작된 허구입니다. 등장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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